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에 업고 ‘新한류’ 뚫는다

Posted by benant
2018. 3. 19. 00:50 카테고리 없음
한류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하는 넷플릭스의 속내 주목한류는 지금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사드 여파로 인해 중국 시장이 막힌 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다. 인터넷 기반의 이 글로벌 플랫폼은 로컬 콘텐츠를 곧바로 글로벌 콘텐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류 콘텐츠 전반의 변화를 예고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 판권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JTBC와 600시간 콘텐츠 계약을 맺었고 tvN·OCN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JTBC 《맨투맨》은 회당 35만 달러에, tvN 《비밀의 숲》은 회당 20만 달러에 판권 계약을 맺었고, OCN 《블랙》 《나쁜녀석들》, tvN 《화유기》 《슬기로운 감빵생활》 《아르곤》의 독점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넷플릭스에 속속 입점하는 한류 콘텐츠들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이어, 아예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곧 방영될 예정이다. 《시그널》로 화제를 일으킨 김은희 작가의 신작 드라마 《킹덤》은 넷플릭스가 회당 12억~15억원을 투자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다. 이 밖에도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이 제작되고 있고, 개그맨 유병재의 《오리지널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이나 《런닝맨》을 제작했던 조효진 PD의 《범인은 바로 너》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미 넷플릭스가 투자를 확정한 상태다. 물론 이미 제작된 한국 드라마들도 다수 입점해 있어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누구나 한류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콘텐츠는 미국 드라마 못지않게 중요한 콘텐츠”라고 넷플릭스가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건 실제로 우리네 한류 콘텐츠가 가진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만큼 가성비 높은 투자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김은희 작가의 신작 드라마 《킹덤》을 예로 들어보면, 회당 제작비가 12억~15억원이다. 국내 드라마 중 최고의 회당 제작비를 투입한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로 회당 9억원이 들었다. 그래서 《킹덤》은 제작비가 꽤 높은 것 같지만, 미드와 비교해 보면 굉장히 소소한 수준이다. 《왕좌의 게임》 같은 대작은 회당 제작비가 무려 700만 달러(80억원 수준)에 이른다.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도 마찬가지다. 《옥자》의 제작비는 600억원으로, 국내 영화 제작비 수준과 비교해 보면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올해 넷플릭스가 내놓은 콘텐츠 제작 예산이 8조6000억원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전체 예산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지만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옥자》 같은 경우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봉준호 감독 작품이라는 점 자체가 넷플릭스 브랜드 홍보에 큰 효과를 낸 바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컸던 것은 국내에서 이 작품을 두고 벌어졌던 멀티플렉스 영화관과의 대결구도를 통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다. 넷플릭스는 《옥자》를 통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플랫폼을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 알릴 수 있게 됐던 것이다. 홍보 효과 이외에도 한류 콘텐츠는 아시아권 같은 지역에 넷플릭스의 저변을 넓히는 중요한 거점이기도 하다. 아시아권을 통틀어 한류 팬들은 주로 불법 유통되는 한류 콘텐츠들을 접하고 있지만, 넷플릭스가 《킹덤》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된 한류 콘텐츠를 내놓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글로벌 플랫폼의 저변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 《화유기》의 한 장면

흥미로운 건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한류 콘텐츠의 변화 기류다. 지난해 방영돼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비밀의 숲》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7 국제TV드라마 Top 10’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장르물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먹힌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런데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독특함이 눈에 띈다. 그건 이 드라마가 기존 장르물과는 사뭇 다른 ‘본격 장르물’의 정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살인 사건이 등장하지만 이를 추적해 가며 드러나는 검찰 내부의 비리를 청산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놀랍게도 이수연이라는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인 《비밀의 숲》은 그래서 국내 드라마가 어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징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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