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호의 이나불?] 남자 엉덩이는 '그랩' 해도 되나요?

Posted by benant
2018. 3. 24. 11:15 카테고리 없음


MBC 월화극 '위대한 유혹자' [사진 MBC]


지난 19일 MBC 월화극 '위대한 유혹자'를 보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좋아하던 은태희(박수영 분)를 따라 양로원에 간 권시현(우도환 분). 권시현을 앞에 두고 극 중 두 할머니가 대화한다. "남자는 얼굴이여"라고 운을 뗀 한 할머니는 손바닥에 침을 퉤 뱉더니 시현의 가슴을 친다. 곧장 다른 할머니는 "속이 뒤집어지다가도 요런 얼굴, 가슴, 궁짝 보면서 마음 풀리는 게 여자 마음 아니냐"고 화답한다. 그러면서 시현의 얼굴·가슴을 일방적으로 주무르고 마지막엔 엉덩이를 움켜쥐고 한동안 서 있는다.

'미투(#MeToo)' 고발로 젠더 감수성이 높아진 요즘이다. 아무리 드라마 속 설정된 상황이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얼굴과 가슴, 엉덩이를 주물럭대는 건 적잖이 놀랍다. 특히 이는 그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혹은 가볍게 생각했던 사회적 인식과 맥락을 같이하며 이 잘못된 인식을 반복 재생하고 있다. 해당 편 방송 후 "요즘 같은 때 성추행 장면이라니(듕**)"란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샘 오취리는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해 대중목욕탕에서 샤워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SBS]


높아진 시청자의 수준과 인식에 방송가 제작자들의 수준이 따라오지 못한 경우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월 4일 방송된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는 방송인 샘 오취리와 그의 엄마가 출연했다. 샘 오취리는 이른 아침 대중목욕탕을 갔고, 다른 연예인의 엄마들과 MC들, 그리고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벗은 채로 몸을 씻는 장면이 방송됐다. 화면은 신체 주요 부위에 만화 캐릭터를 삽입해 상상력을 자극했다. 당연히 출연자와 사전 동의를 거친 연출 장면이겠지만,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시청률을 높여보려는 천박한 시도다. 재미가 들렸는지 '미우새'는 지난 18일 방송에서도 가수 김종국의 샤워 장면을 담았다.

2016년 말 tvN 'SNL 코리아 시즌 8'의 제작진은 한 개그우먼이 아이돌의 주요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듯한 장면을 그대로 온라인에 공개했고, 2014년 tvN 예능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선 배우 라미란이 가수 에릭남에게 강제로 입맞춤하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방송 제작자들이 얼마나 성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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