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온도] 제발, 나가주세요

Posted by benant
2018. 5. 7. 15:04 카테고리 없음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의 여행에세이

'오버투어리즘'에 관광지 몸살
필리핀의 보라카이 6개월 폐쇄

[ 최병일 기자 ] 제주의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는 올레가 한창 유행했을 때였습니다. 제주 한림읍에 사는 친구가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올레꾼들이 일제히 차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이었습니다. 차에 무슨 문제가 있나? 친구는 궁금해서 차 주변을 살피는데 올레꾼 중 한 사람이 “왜 신성한 올레길을 차로 다니느냐?”며 미숙한 사람 취급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올레길을 걷는 것도 아니고 자기 집을 가는데 걸어가든 차를 타고 가든 무슨 상관이냐?”고 하자 변명하지 말고 다음부터는 걸어서 다니라고 했답니다. 친구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자기 집을 차로 가든 걸어서 가든 왜 올레꾼들이 이래라저래라하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친구는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서 제주가 제 모습을 잃고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때가 2012년도였습니다. 한 해 들어오는 국내외 관광객 수만 해도 968만 명이었습니다. 2013년도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서더니 지난해에는 무려 1475만 명입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유커라고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었는데도 5년 전보다 거의 50% 가까이 관광객이 늘었습니다. (2016년에는 1585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년 제주 풍경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우선 10년 전만 해도 없던 교통체증이 일상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널리 소개된 맛집과 카페는 최소 1~2시간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바다가 예쁜 구좌읍 해변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조차 없습니다. 차가 쌩쌩거리며 달리는 길에서 셀카를 찍는 사람들을 보면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차라리 이런 장면은 애교스럽기까지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려들면서 제주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일부 관광객이 벌이는 추태를 보면서 여행문화가 미성숙했던 과거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현상을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라고 합니다.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뜻하는 오버(over)와 ‘여행’을 뜻하는 투어리즘(tourism)이 결합된 말로 우리 말로 ‘과잉관광’쯤으로 해석될 것입니다.

오버투어리즘은 사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는 시민들이 나서서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관광객들은 테러리스트’라는 거친 문구를 내걸고 격렬하게 시위를 벌입니다. 인구 160만 명의 바르셀로나에 한 해 몰려드는 관광객만 무려 3200만 명입니다. 바르셀로나 인구의 20배가 넘습니다. 그러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넘치는 쓰레기에 교통체증은 물론이고 범죄율까지 증가했습니다. 호텔 신축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도 올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