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레미콘, 타이어, 삽....이런 미술은 처음이지?

Posted by benant
2018. 3. 13. 08:09 카테고리 없음
갤러리현대, 벨기에 작가 '빔 델보예' 전
평범한 사물들의 짓궂고 아름다운 변신
'비틀기' 통해 예술이 무엇인지 묻다


'콘트리트 믹서'(2013), 스테인리스 스틸에 레이저-컷,84.5x45x105cm. 델보예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럭, 콘크리트 믹서(레미콘) 등을 레이저 컷 기술로 섬세하게 제작해왔다. [사진 갤러리현대]




'무제'(2010). 다양한 크기의 타이어에 꽃과 소용돌이, 잎사귀 등 섬세한 문양을 새긴 타이어 연작 중 하나. 델보예는 실용적인 사물에 과잉의 장식을 더함으로써 기존의 용도에 혼선을 일으킨다. [사진 갤러리현대]




Engraved Shovels (2016) Embossed aluminium 각 21x17x100cm. 델보예가 "가장 민주적인 사물 중 하나"라고 소개한 삽. 인간의 노동과 가장 가까운 사물이 귀족적인 문양을 입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사진 갤러리현대]


멀리서 보면 은빛 마세라티의 몸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표면이 눈부시다. 알루미늄 차체에 이란의 장인들이 한땀 한땀 새긴 전통 문양 때문이다. 그 옆에 전시된 자동차 타이어엔 손으로 화려한 꽃문양이 새겨져 있다. 도로에 굴러다녀야 할 자동차와 타이어가 놓인 곳은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 전시장. 벨기에 신개념(neo-conceptual) 미술 작가 빔 델보예(53)의 개인전 '빔 델보예'가 열리는 곳이다. 이곳엔 생활에서 흔히 보는 사물을 가져다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작품 30여점이 즐비하다.

이것은 공예일까, 예술일까.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이런 질문을 퍼붓고 싶었던 듯하다. 마당이나 공사장에서 써야 할 삽에도 그는 장인들의 손을 빌려 문양을 새겼고, 독일 여행 가방 브랜드 '리모와'(Rimowa)에도 빈틈없이 수공예 작업을 해놓았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햄과 살라미로 대리석 바닥의 문양을 만든 사진 작품을 내놓았는가 하면, 우리가 흔히 '레미콘'이라 부르는 콘크리트 믹서 트럭을 눈부신 고딕 양식의 조각으로 완성했다. 흔히 무겁고, 단순하고, 거칠다는 이미지를 주는 트럭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섬세한 조각으로 변신한 광경은 그야말로 '반전'이다.



Marble Floor(대리석 바닥)#9,2000,Cibachrome on aluminium 125x100cm. 햄과 살라미의 배열로 대리석 바닥 문양을 만들었다. [사진 갤러리현대]


"사람들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와서 작품을 보며 이해하는 척하고, 재미있어하는 척하죠. 하지만 정작 그들은 영화관에서 가서 울고, 웃지 않나요? 이 현상을 솔직하게 봤으면 해요. 공예든, 예술이든, 건축이든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 않고, 그들과 교감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죠?" 델보예가 던지는 질문이다.

신개념미술 작가로 불리는 그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작업한다.
이른바 '비틀기'를 통한 용도의 재발견 전략이다. 온몸이 닳도록 도로를 달려야 했을 타이어는 섬세한 문양으로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고딕 건축 ...